09-8.지나버린 생일(09.1.31.이송우 선교사)



"임마누엘. 이 선교사님.

선교사님과 가족 모두 안녕하신지요?

저희들도 모두 잘 있습니다.

이선교사님께서 저희들 모두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교사님.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시간 선교사님께 부탁을 드립니다.

저희 딸이 2008년 10월 4일이 생일입니다.

저는 딸과 연락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선교사님께서 저희 딸과 만나
행복한 시간으로 인도해 주실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또 하나님께서 저희 아이들을 돌보아 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교사님,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서류 봉투가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 쓰기를 보낼 때 두 명 이상 함께
선교사님께서 보내 주신 서류봉투에
넣어서 보내도 될런지요?

저희들이 보낸 성경 쓰기를 정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 저희 딸의 이름을 적지 않았는데요,

이름은 뜨안짜이 쌔리(끼아오)입니다.

편지를 깨끗하게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선교사님과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마이 쌔리로부터.(08.9.14)"


아주 오래전에 온 편지인데 잊고 있었다.
이후에도 2통의 편지를 더 보내왔다.
딸과 아들의 주소와 이름 등 신상을 자세히 적어 보냈다.
딸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기에
나역시 마음이 아팠고,
생일은 지났지만 꼬옥 찾아가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적힌 주소의 마을을 찾아 가 봤지만
아이들은 이곳에 있지 아니하고 학교 기숙사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마을 사람들이 전해 주었다.
태국 왕가에서 건축한 학교,
그곳에서는 옷과 학용품을 제외한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의 자녀들이 와서 공부하고 있다.
학교를 찾아갔다.
다행히 펫차분의 도시에서 약간 벗어난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름을 물어 딸과 아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첫째인 딸의 이름은 소파(별명), 성격이 활달하고 긍정적이었다.
반면 동생인 아들(응언)은 말이 없고 웃음도 없고,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엄마의 편지를 보여 주었다. 엄마 대신 생일을 챙겨 주러 왔는데,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말을 건넸다.
시내 쇼핑몰에 들어가 식사도 하고, 게임도 하고,
생일 선물로 책과 옷도 사 주고..


그저 아무 조건없이 몇 시간동안 함께 놀아주고
선물을 사 주고, 엄마가 원했던, 그러나 엄마가 하지 못한 일들을
함께 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물론 엄마의 마음, 엄마의 정성, 엄마의 향기를
전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잠깐의 이 시간동안만이라도
저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즐거워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아빠는 엄마가 교도소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멀리 가 버렸다고 했다.
정말 늘상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지만
어떻게 부모가 되어 혼자 된 자녀들을
나몰라라 팽개치고 가버릴 수가 있을까?
한국인의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만,
이곳 태국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두 아이는 모태신앙이라 했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도 교회가 없고, 또 근처에도 교회가 없어서
교회를 가 본지는 꽤나 오래되었다고 했다.
하여 내가 성경과 필기도구를 보내 줄테니까 매일 성경을 읽고
또 시간 날 때마다 성경 쓰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보내주기보다는 직접 가지고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다시 한 번 찾아오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학교에 두 명의 자녀를 데려다 주고
교문을 나오는데, 타지에 와서 공부하는,
부모없는 두 자녀만 떼어놓고 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애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도 이제 부모가 되어가나 보다.
자식 잃고 6천년동안 홀로 자녀를 찾고 계시는
하늘 아버지의 심정을 만분지 일이나마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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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이송우, 정일선(이효, 이제) 선교사가정 드림.